영화 정보
정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역린은 우리에게 친숙한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패션 70's>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또한 2011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끝으로 해병대에 입대했던 현빈의 제대 후 첫 영화 복귀작이며 첫 사극 도전작이기도 하다.
- 개봉 : 2014년 4월 30일
- 장르 : 드라마, 사극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2시간 15분
- 감독 : 이재규
- 출연 : 현빈(정조), 정재영(갑수), 조정석(을수), 조재연(광백), 박성웅(홍국영), 한지민(정순왕후), 정은채(궁년월혜), 김성령(혜경궁 홍씨)
- 평점 : 7.43
-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사적 배경과 정유역변
영화는 1777년 7월 28일 정조 1년 즉위 초를 배경으로 정조의 침전인 경희궁 존현각에 괴한이 침입했던 사건 '정유역변'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실제 정조실록인 '일성록'에 7월 28일과 8월 10일 2번의 암살시도가 있었다고 기록한다. 남양홍씨 홍계희 일족이 저지른 사건으로 정조의 세손시절부터 즉위를 반대하는
세력이었다. 이들은 궁중에 강용휘가 지휘하는 암살단을 난입시켜 정조 살해 시도를 두 번에 걸쳐 하지만 발각당해 유배되거나 사사되었다. 또한 홍해술의 처가 무당을 사주해 정조를 저주하다 발각되기도 한다. 결국 이들 사건들을 계기로 정조는 이복동생 은전군을 사사해야 하는 참변이 일어났고 홍계희의 집안은 몰락하게 된다. 영화는 정유역변을 기초해 정조 암살을 '죽여야 하고, 살아야 하고, 살려야 하는' 등의 엇갈린 세 운명의 24시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영화라는 사실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영화 속 사실과 달리 정조와 정순왕후는 우호적인 관계였으며 정조는 외가를 즉위 전부터 불편하게 생각했다.
역린 줄거리
즉위 1년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정조. 매일 밤 스스로 신체를 단련하며 잠 못 이룬다.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상책 갑수와 홍국영만을 신뢰하며 가까이한다. 노론의 최고수장인 정순황후는 정조의 행동을 주시하며 문안인사 온 정조에게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며 야심을 드러낸다. 궁 밖에서 정조 암살을 위해 어린아이들을 살수로 키워 온 광백은 조선최고의 살수가 된 을수에게 정조 암살을 지시한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자 을수가 좋아하는 궁녀 월혜를 미끼로 협박을 하고 마지못해 따르기로 한다. 먼저 궁에 들어온 갑수는 암살을 위해 정조의 최측근 상책이 되어 신뢰를 쌓는다. 시간이 갈수록 군신 간의 의리와 정조의 무심한 듯 따뜻한 배려에 정조를 지키는 것으로 마음을 바꾼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홍국영은 상책이 떨어트린 암살 밀지를 오해하고 심문하지만 정조는 상책을 그냥 풀어주라고 지시한다. 궁 밖으로 나오게 된 갑수는 정조를 위해 노론파의 살생부를 찾아 나서지만 광백의 보복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궁녀 월혜는 정조의 옷에 노론의 계략을 적어 역모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노론은 병조판서 구선복 장군을 앞세워 궁을 포위하도록 하고 궁 내부에서 정조를 암살하려 하지만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정조는 왕의 정당성을 당당히 내세우며 구선복을 무릎 꿀린다. 바뀐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을수는 왕을 암살하기 위해 궁에 들어가 정조와 맞대결을 하지만 상책 갑수의 희생으로 노론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어렵게 지켜낸 왕의 자리에서 궁녀 월혜의 부탁으로 광백이 살수로 키워내고 있던 아이들을 구해낸다.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정조를 지켜냈던 상책의 주머니에서 노론의 살생부가 나오고 이를 토대로 신분제 개혁을 통해 노론을 뿌리 뽑으며 새 시대를 열게 된다.
역린의 뜻과 영화리뷰
영화 제목 역린은 중국 법가사상의 저서 <한비자>에서 나온 말로 '용의 목에는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이것을 만지는 자는 반드시 죽음에 이른다. 군주에게도 이러한 역린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임금의 노여움을 용을 통해 비유하고 있다. 정조에게 역린은 아버지 사도세자가 아니었을까? 정조는 암살 위험에도 살아남아 왕권강화와 개혁정책으로 신하들에게 왕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즉위 초 영조 때부터 문제가 되었던 외척세력을 제거하고 규장각을 설치해 왕들의 어필 등을 정리, 보관, 수집하였다. 문무를 겸비한 왕이 몇이나 되었을까 생각된다. 어린 시절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왕에게 결핍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정치개혁의 동력으로 삶아 왕의 본분을 다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영화는 실제 역사서와 많은 부분에서 내용을 달리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갈수록 높아지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의 고민이 깊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는 영화이다.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오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인정하고 가볍게 즐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현빈과 정재영의 연기 합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군신 간의 도리와 의리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어둡고 무거운 감정선을 많은 대사 없이 처리해 숨죽이며 볼 수 있었다. 담담한 정조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던 영화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매우 좋았던 영화 역린을 꼭 한번 보시라 추천드린다.